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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정 현대사2 - 원시인이 낳은 최첨단 다리, 광안대교④

 

부산시정 현대사 숨은 얘기를 찾다
제2화 원시인이 낳은 최첨단 다리, 광안대교④

 

"사라호 태풍 다시 와 봐라! 끄떡이나 하나"

 

1940년, 미국 워싱턴주의 터코마 다리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준공 4개월밖에 안 된 새 다리가 초속 19m의 가벼운 순간 돌풍에 5분 만에 붕괴되고 만 것이다. 터코마 해협을 횡단하는 길이 853m의 이 다리는 초속 53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 시공됐다. 그런 튼튼한 새 다리가 어떻게 초속 19m의 '미풍' 수준 바람에 폭삭 주저앉았을까. 그 답은 공명 현상에 있었다. 다리의 상판이 돌풍을 맞으면서 처음엔 진동이 작았으나 같은 진동이 공명 현상(울림)으로 차츰차츰 커지면서 속절없이 붕괴하고 만 것이었다. 다리의 공명은 출렁거림 현상, 공명 현상이 터코마 다리를 뒤집어엎은 것이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이 다리 붕괴사고는 지금까지도 지구촌에서 가장 유명하고 아찔한 다리 붕괴사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부산의 상징 광안대교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광안대교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다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균풍속 45m, 순간 최대풍속(돌풍) 78m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고 시공했습니다.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으로서도 파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광안대로 건설사업소장을 맡았던 조창국 씨는 1959년 9월, 한반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라호 태풍이 다시 닥친다 해도 광안대교는 끄떡없다고 잘라 말한다. 사라호는 평균풍속이 초속 45m로 광안리, 남천동, 대연동 일대를 완전히 초토화시킨 전설 같은 태풍이다.

 

"20여 년 전 광안대교를 설계하면서 수없이 현장을 찾아 광안리 앞바다를 관찰했습니다. 광안대교가 놓일 자리는 동백섬과 이기대공원 사이, 바다가 탁 트여 있어 여름철 강풍이나 태풍의 영향을 엄청나게 받는 곳입니다. 예사로 다리를 놓았다가는 터코마 다리 붕괴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기상청 기록을 샅샅이 뒤져가며 지난 100년 동안의 남해안 바람을 분석했다. 남해안의 바람은 100년 빈도(1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빈도) 10분간 평균풍속이 초속 40m, 3초 순간풍속(돌풍)이 초속 58m로 나타났다. 광안대교의 설계기준은 100년 빈도 평균풍속인 초속 40m에 맞추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보다 센 사라호 태풍에 맞춰 초속 45m로 설계했다.

 

▲광안대교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다리로 손색이 없다. 평균풍속 45m, 순간 최대풍속 78m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고 시공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교량 가운데 처음으로 풍동실험을 통해 다리의 안전성을 확보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사진은 광안대교 건설 장면)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이 3초를 기준으로 하는 순간풍속이고, 더 무서운 것이 공명에 의한 증폭입니다. 광안대교는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다, 다리 전체를 태풍과 맞서는 탁 트인 바다 위에 건설한다, 특히나 바람에 흔들리기 쉬운 장경간의 현수교다, 현수교나 사장교 같은 장대교는 순간 돌풍에 특히 취약하다, 기술적 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까 사무실에서 단순히 공식에 의한 수학적 계산으로 만든 설계서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첨단 기술을 더 찾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다리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줘야겠다는 책임감도 들었다. 선진국에서는 대형 다리나 탑을 세울 때 풍동(風洞)실험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광안대교 구조전문 설계자문위원을 맡고 있던 서울과 부산의 주요대학 교수 10여 명을 찾아다니며 풍동실험을 제안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풍동실험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풍동실험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당연히 대학에서 풍동실험을 강의하는 교수도 없었다.

 

▲국내 처음 서온타리오대학에서 풍동실험을 하는 모습. 맨 왼쪽이 당시 광안대로 건설사업소장 조창국 씨.

 

"조사를 해보니 바람과 지진에 약한 일본조차도 당시로선 풍동실험 장비나 실험실이 없었습니다. 일본 건설성에서 실험실을 이제 막 도입하려는 단계였어요. 수소문 끝에 캐나다 서온타리오대학이 풍동실험을 가장 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구조전문 설계자문 교수 몇 사람과 함께 이 대학을 찾아갔습니다."

 

광안대교 설계모형과 사라호 태풍을 같은 비율로 축소,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바람을 일으켜 바람과 모형의 연관성을 타진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며칠에 걸쳐 몇 차례나 반복했다. 풍동실험 결과를 통해 광안대교는 설계상 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순간 최대풍속을 계측해 초속 78m에 견딜 수 있도록 강화했다. 말로만 듣던 풍동실험을 광안대교에 적용한 국내 첫 사례였다.

 

"우리나라 건축물에, 그것도 교량 건설에 풍동실험을 한 것은 광안대교가 처음이었습니다. 광안대교 건설 이전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에서 교량에 풍동실험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광안대교에 적용한 순간 최대풍속 78m는 그 이후 국내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1년여 전에 개통한 거가대교도 초속 78m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 소장은 광안대교에 국내 처음 풍동실험을 적용한 것과 함께, 이층 다리를 놓은 것도 순간풍속에 잘 견디도록 한 설계라고 말한다. 이층 다리 상하층을 트러스로 엮어 짜는 방식으로 출렁거림(공명) 현상을 구조적으로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왕복 8차선 단층 다리를 놓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했더라면 넓은 다리 폭만큼 바람의 저항을 많이 받아 순간풍속에 의한 공명 발생 우려가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단언컨대, 광안대교는 아름다움과 함께 바람을 잘 이겨내는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부산의 긍지요, 자부심이다.

 

- 박재관

Trackback : 0 Comment 2
  1. Tasha 2014.05.04 20:1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새로운 신도시로 바꿔진건 분명
    편해진 교통과 짧아진 거리를 만든 광안대교라고봐요.
    지금은 부산의 심볼이자 자랑입니다.

  2. 황병수 2015.02.26 17:4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대단하세요.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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