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e_menu

부산 근대시간여행

근대의 신문물과 신사고들이 갑작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왔던 그 시절. 아쉽게도 우리에게 근대가 열린 그 시간은 일제의 강점기와 겹쳐진 시간이기도 했죠.


이제는 어르신들의 어린시절 추억 정도로만 남아있는 그 시절. 하지만 신세계에 대한 갈망과, 일제의 지배에 대한 한이 함께 묻어있는 많은 장소들이 아직도 우리의 곁에 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오늘은 부산근대의 흔적이 가장 많이 숨어있는, 중앙동 일대를 여러분과 함께 한 바퀴 돌아볼까 합니다.


부산의 근대 역사를 찾아떠나는 시간여행, 그 출발지는 부산근대역사관입니다.

근대역사관 건물은 부산을 휩쓸고 지나간 격동의 시기를 묵묵히 바라보며 그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식민지 수탈기구인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해방후 미문화원으로 사용되다가, 1999년 부산시민들의 손에 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알릴 수 있는 교육 공간인 근대역사관으로 재단장되었는데요,외세의 침략과 수탈로 형성된 부산의 근현대사를 한 눈에 돌아볼 수 있는 이 곳에는, 얼마전부터 부산의 근대거리 전시실이 마련되어 시민들이 근대 부산의 모습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근대역사관에서 길을 건너 잠시 오르막길을 오르면,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건물, 부산기상관측소가 나타납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이 4층 건물은 부산의 지역색을 담기 위한 배 모양의 외관과 르네상스 양식을 바탕으로 지어져 있는데요,1934년, 오늘날 부산기상관측소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이 완성되면서 보다 과학적인 방식의 기상관련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부산에 기상청이 생긴 지 100년에 가깝다는 사실과 건물의 내외부가 거의 온전히 보존되어 있어서 교육자료로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현재는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 51호로 지정되어 관리받고 있습니다.


이제 길을 따라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볼까요?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좁은 길을 따라 잠시만 들어서면, 묵묵히 역사를 응시하며 머물러 있는 곳, 임시수도기념관을 찾을 수 있습니다.

1926년 경남도지사의 관사로 지어진 이 2층 목조 기와건물은, 6·25전쟁으로 부산이 임시수도였을 때는 대통령 관저로 이용된 곳이기도 합니다.

1983년 경남도청이 창원시로 옮겨가면서 임시수도 당시의 역사적인 사실과 유물전시를 위한 임시수도기념관으로 지정되어, 임시수도 당시의 이승만 대통령의 유품을 중심으로 하는 소장품 152점이 여섯 개 방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국식 기와를 얹은 서양식 붉은 벽돌건물, 거기에 일본의 양식이 남아있는 내부의 모습. 힘겹게 근대를 관통해 온 우리나라와 우리 부산의 한맺힌 기억들이 뒤범벅되어 묻어있는 이 건물은, 그래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려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바닷가로 내려가보겠습니다.

일제가 부산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규모의 매립공사를 강행하면서 부산항의 해안선은 그 모습이 크게 달라졌는데요, 바로 그 매립지역의 중심에는 세관청사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르네상스 양식에 붉은 벽돌로 그 위용을 자랑하던 세관건물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그 모습을 감췄지만, 그 첨탑의 일부가 아직도 세관 안에 이렇게 남아있어 암울했던 그 날의 기억들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크고 눈에 띄는 건물들이 아니더라도, 일제강점기의 역사와 새로운 생활양식은 주변 곳곳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데요, 자갈치 시장 일대와 영도에는 6, 7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의 건축 양식을 가진 건물, 적산가옥이 남아있어 그 시절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산의 곳곳에는 근대개화기의 기억을 담은 수많은 장소들이 아직도 우리의 주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역사가 묻어있기에 한 편으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이 장소들은 우리들에게 당당히 역사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부산의 소중한 곳이기도 하죠.


바로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우리 동네’주변에도 부산의 근대를 보여주는 많은 장소들이 남아있습니다.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우리의 멀지 않은 역사를 한 번 찾아나서 보시죠.



- 박영희

Trackback : 0 Comment : 0
prev 1 ··· 643 644 645 646 647 648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