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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새댁부부의 청춘편지 <불가리아 3편>


청춘편지, 서른아홉번째 이야기


엉뚱한새댁부부의 청춘편지 불가리아 3편 



안녕하세요. 세계를 여행하며 사람들의 가치 있는 꿈 찾기를 돕고 응원하는 엉뚱한새댁 부부입니다.




언젠가 KBS 스페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유럽의 라면왕> 이라는 이름으로 MR.PARK 이라는 브랜드가 소개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아무런 생각없이 유럽 사람들이 우리나라 라면을 먹는다고?” 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갔었죠.


해외 주재원이었던 미스터 박은 이민을 결심하면서 동시에 그간 해외 생활을 하며 눈 여겨 보았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라면으로 풀어보자는 결심을 하고, 라면 회사를 차렸다고 합니다. 바로 그의 성을 딴 미스터 박이라는 브랜드였죠. 방송에 의하면 불가리아 시장의 90%라는 압도적인 점유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와우. 더군다나 끼니를 때우기 힘든 소외계층들을 위해 라면으로 식사 봉사를 하는 등 사회 공헌을 하며 한국과 라면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데요!


실제로 삼성이나 엘지 같은 대기업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하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중소브랜드의 해외진출 이야기도 참 많다고 하네요!



저희는 세계여행 가운데 한류가 세계로 스며드는 자연스런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답니다.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가 모델로 나온 도시락 라면’. 어릴 적 자주 먹던 그 라면을 저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게 도. . . 이라고 한글로 딱! 박혀있는 라면을 열차 안 거의 모든 러시아인들이 후후 불며 먹고 있는 모습. 하하 정말 그 순간만큼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신기했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매콤한 라면이 대부분이지만, 러시아 에서는 현지 입맛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라면과 감자 스프, 콘 스프 형태의 식사 대용 스프 제품도 있었습니다. 도시락 로고가 박힌 콘스프라니 음~ 어떤 맛일까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도시락이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횡단열차에서 인기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마케도니아 스코페에 있을 때, 한국 음식이 참 그리웠었죠. 그때 마트에서 만났던 한국 라면. 바로 미스터 박 라면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세상에, 우리나라에도 없는 삼계탕 맛도 있습니다. 하하. 뭔가 더 건강한 라면처럼 느껴지네요.



그리하여, 저희는 여행길에서 간접적으로 만나온 미스터 박 라면의 흔적을 찾아 가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불가리아에 미스터 박 라면 사무실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거든요. 저희는 미스터 박 사장님을 만나 꿈 인터뷰를 하겠다 라는 목표를 가지고, 약속도 하지 않은 채 일단 무작정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하하.



이곳 저곳 수소문 해서 찾아가긴 했는데저희가 간 곳은 미스터 박 사무실이 아니라 ASIA MARKET 이라는 이름의 한인 마트였습니다. 미스터 박에서 나온 다양한 제품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가져온 다양한(그리운) 식료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혹시 불가리아 소피아를 여행하시다가 한국음식, 고추장 맛, 라면 국물이 간절히 생각나실 땐 이곳에 가시면 그리운 그 맛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마트는 현지인 직원을 채용하고 있었습니다. 물어보았죠. 미스터 박 사장님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직원 분의 대답으론 지역에 있는 공장 또는 다른 사무실을 가야하는데 지금은 아마 출장중이라 안 계실거라고 합니다.


.. 무작정 찾아온 것이기에 꼭 만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물지도 한 장에 희망을 걸고 보물을 막연하게 찾아다니는 것처럼,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라면왕을 만나보자 라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수소문해서 주소를 검색하고, 택시를 잡아타고 현지인 아저씨에게 손짓발짓 설명해가며 찾아가는 과정들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죠.



미스터 박은 만나지 못했지만,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양손은 간만에 무거워졌죠.


미스터 박 아저씨, 앞으로도 유럽과 세계로, 특히 환경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바른 먹거리로 희망을 전해주세요!’



숙소로 돌아와 저희는 라면 파티를 벌였습니다. 이곳에서 나오는 무료 스파게티도 참 맛있지만 오늘만큼은 고향의 맛을 마음껏 느껴봅니다. , 미스터박에서 나온 컵 밥도 참 맛있네요. 양손 가득 사온 라면을 숙소에 있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먹어봐. 이게 바로 한국 라면이야.”

유럽에 온지도 어느덧 3개월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저희는 약 10개국 정도를 이동했죠.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모든 상황들이 신비롭고 좋았지만, 먹는 것 만큼은 점점 힘들어 지더군요. 피자, 빵 대신 얼큰하고 매콤한 음식이 점점 땡기기 시작했습니다. 음식 향수병인 것이죠.


그때 만난 가게가 있습니다. ‘WOK (중국 음식을 볶거나 요리할 때 쓰는 우묵하게 큰 냄비)  TO WALK’이라는 이름의 가게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유럽에는 이라는 이름의 가게가 상당히 많았는데요, 일식의 세계화처럼 중식 브랜드의 세계화도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음식도 힘을 내야겠어요!!!



불가리아 사람들은 그냥 보면 왠지 무서워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사를 건네고 말 몇 마디만 나누어보면 굉장히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되죠. 이 아주머니들 보세요. 머리 색은 빨갛고, 코도 오똑하지만 인상은 우리네 이모님들과 똑같답니다. 그렇죠?



WOK TO WALK은 여러 나라에 있는 브랜드 인데요, ! 매콤한 음식이 고플 때 저희 앞에 나타났습니다. 소피아 시내 메인 거리에 있답니다. 바로 들어갔죠.


이곳은 원하는 면이나 밥, 재료, 소스를 단계별로 선택하면 웍으로 바로 볶아서 종이박스에 담아주는 시스템 입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강한 화력에서 불 쇼를 하며 볶아 대는 저 불 맛이 유럽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겠죠.



후후~~ 불어가며 아내랑 게눈 감추듯 상자를 비웠습니다. 역시 이 맛이야. 라는 느낌이 온 몸에 전해졌습니다.

입안에 퍼진 매콤함에 기분이 좋아진 저희는 나가며 직원들에게 인사했습니다.


“Wow, It’s so delicious. Thank you!!!”



사장님으로 보이는 직원 분이 화답을 해주었습니다.


“Oh! Bye, See you later!”


그 말에 저희는 바로 이렇게 화답했죠.

 

“No, see you tomorrow!”


이 말에 갑자기 직원들이 빵 터졌습니다. , 영어 개그가 먹혔습니다

사실 뭐 그렇겠죠. 한국으로 놀러 온 외국인이 어설프게 한국말만 해도 막 귀엽고, 도와주고 싶고 그렇잖아요.

다음에 봐요~ 라고 했는데 아니야, 내일 보자. 라는 말에 귀여움을 느꼈나 봅니다.



다음날 저희는 진짜로 또 방문했습니다. 하하. 간다고 했으니 가야죠.


! 너희들 진짜로 왔어. 다 모여봐 어제 걔들 왔어!”


저희는 직원들과 인증샷을 찍고 연락처를 교환했습니다. 사장님은 다시 온 저희가 기특하고 재미있는지 메뉴에도 없는 스페셜 메뉴를 무려 무료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더니, See you tomorrow 한방으로 인기인이 되었습니다. 하하.


사장님 인 마이크에게 물었습니다.

 

마이크는 어떤 꿈과 인생의 목표를 가지고 살고 있어?”


응. 나는 지금 내 삶이 굉장히 행복하고 만족스러워. 여기에 와 있는 사람들 표정을 봐봐. 그리고 우리 직원들 표정을 봐. 음식을 기다리고 먹는 동안 기대하고,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말이야. 그리고 직원들도 생기가 넘치는 것 같지않아? 나는 이런 즐거움을 매일 기대하고 만들어가는게 내 꿈이야. 인생은 즐겁게 살아야 가장 좋은 거잖아. 그 즐거운 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게 우리의 몫이지.”


말을 듣고 보니 그랬습니다. 아시아에서 온 이 생소한 소스의 볶음면을 후후~ 불며 먹는 모습이 마치 서양식 돈가스를 처음 먹고 보던 저희의 어린 시절 모습 같았습니다. 사람들 표정에 즐거움이 가득하더군요. 그리고 직원들 또한 이 곳에서 일하는게 참 즐거워 보였습니다. 일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해야 행복하듯이, 사랑하는 일을 만나야 일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은 일 자체에서 오기도 하지만 함께하는 이들과 어떤 마음과 자세로 일하느냐에 달려있기도 한 것이죠.




, 우리가 주는 선물 이야. 너희는 우리에게 되게 재미있는 추억을 선물해줬어. 온다더니 진짜로 왔잖아. 베스트 고객이야 하하.”


직원들에게만 제공되는 스텝 모자를 마이크에게 선물 받았습니다. 갑자기 커플 모자가 생겼네요. 하하. 불가리아에서 받은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며 아내와 함께 이런 대화를 나누었네요. 언젠가 우리도 우리 마음이 가득 담긴 음식을 외지에서 온 여행객들에게 제공하는 그런 일을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또 하나의 꿈이 추가 되었습니다.


불가리아에서의 일주일 일정을 마치고, 숙소를 체크아웃 하였습니다. 이제 오후 비행기를 타면 드디어 유럽에서의 3개월간의 여행을 마치고 아시아로 넘어가게 됩니다. 아마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가득하겠죠? 생각만해도 기쁜 순간입니다.

 

그런데그런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유럽 시간과 한국 시간은 시차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같은 순간인데 서로의 날짜가 다를 때도 있죠. 유럽에서 예약한 불가리아 -> 태국 행 비행기표. 날짜를 헷갈려 버린 겁니다. 아이쿠.


큰일났다.”

?”

우리 비행기가어제 떠났어.”

?”



장기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에는 없던 일들이 자주 일어나곤 합니다. 그런 일들을 맞닥뜨리고 대처해가면서 점점 면역력이 생기는 게 장기여행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비행기를 놓치다니이번 건 좀 컸습니다.


일단 공항으로 가보자.”


우리는 부랴부랴 짐 가방을 메고 공항으로 달려갔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항공사 데스크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곤 몸 속 깊은 곳에 있는 모든 에너지를 끄집어내어 진심 어린 발 연기를 시작합니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놓친 비행기를 어떻게 만회할 수 없냐며 물어보았죠.


“No.”


단호한 거절이었습니다.


안되겠다. 비밀병기인 구글번역기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자초지종과 우리의 여행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불가리아어로 번역하여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그간 이동한 사진과 비행기 표 등을 설명했죠.

 

조금만 기다려봐.”


, 직원 분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다른 담당자와 심각하게 이야기하던 그녀. 무섭고 단호한 표정과 달리 사실은 마음씨가 좋은 분이었나 봅니다.

 

지금 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가 있는데 만약 자리가 남으면 거기에 타고갈 수 있도록 해줄게.”


와 정말!!! 고마워요!!!! 땡큐 땡큐! 완전 천사!”



놓친 비행기를 바꾼 우리. 과연 떠날 수 있을까요?

 


결국 떠나지 못했답니다.

 

만약 자리가 남으면 타고 갈 수 있는데, 남은 자리는 단 하나. 한 명은 떠날 수 있고 한 명은 못 간다는 승무원의 피드백. .. 일이 또 이렇게 되네요. 그렇다고 먼저 가 있으라며 따로 떨어지기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그렇게 공항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뒤, 비행기는 떠났고, 숙소는 이미 체크아웃 했고, 날은 저물어 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 우리 비행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미안해요. 자리가 한 자리만 더 있어도 타고 갈 수 있었는데… 3일 뒤에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있는데 그때 다시 와볼래요?”


그땐 확실한 건가요?”


아뇨, 떠난 비행기를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그때도 자리가 남으면 탈 수 있어요. 미안해요.”


아이고난감한 상황이네요. 그렇게 저희는 떠나지 못하고 다시 소피아 시내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유럽은 밤이 무섭다죠. 날은 완전 저물었고, 숙소도 구해야 하고, 배도 고프고


처음 여행을 떠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던 밤이 생각나네요. 어디 납치라도 될 까봐 얼마나 무서웠던지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때의 쫄보들이 이제는 조금 용감해 진 것 같습니다. 비행기를 놓친 이 어이없는 상황에서도 저희는 마음 한 켠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소는 뭐 가서 구하면 되는 것이고, 오예! WOK TO WALK에 또 갈 수 있겠다. 고고!!”


전날 우리 이제 한국에 떠난다며, 마이크와 스텝들과 작별인사를 했는데 다시 See you tomorrow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네요.

 

깜깜한 밤, 짐은 무겁지만 아내와의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살아가다보면 삶을 어렵게 만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겠죠. 결혼생활도 그렇겠고요. 하지만 그때마다 이런 마음이었으면 좋겠네요. 그 상황 속에서도 다른 관점으로 좋은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저희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여행 뒤에 일상으로 돌아간 저희 모습에서도 말이죠.

 


정확히 3일 뒤, 저희는 다시 공항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저희 부부의 금번 이야기 재미있으셨나요? 엉뚱새 부부의 다음 여행기도 기대해 주세요. 안녕히계세요~!!


2017. 11. 28.

엉뚱한 새댁부부 박태양, 정유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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